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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7
    3회 : ‘세금 없는 로또’ 공정위 포상금, 어떻게 받았나
    1. 직장인 월급 30년치, 역대 최고 17억 담합 포상금최근 제강회사들의 고철 구매가격 담합 증거를 제보한 신고자가 공정거래위원회으로부터 17억5597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습니다. 직장인 월평균 소득이 515만 원이니, 직장인이 30년간 한 푼도 안 쓰고 월급을 모으면 18억5400만 원이 모이거든요. 이 사실을 생각하면 포상금 규모가 어마어마한 것이죠. 포상금 자체도 로또 당첨금 수준인데 세금까지 안 붙으니 더욱 매력적인 기회입니다. 소득세법에 따라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신고한 사람이 받는 포상금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2. 공정위 포상금의 약 60% 담합 포상금 이 포상금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 공정위는 담합이나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미신고, 거래업체 갑질 등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줍니다. 공정위가 조사를 통해 부과하는 과징금이 클수록 포상금도 많아집니다. 역대 포상금 1~3위가 모두 과징금 규모가 큰 담합사건 관련 포상금인 이유입니다. 지난해 집행된 포상금 8억6866만 원 중 59.8%(5억1982만 원)가 담합사건 관련 포상금이었습니다.3. 단순 의심만으로는 안 돼...증거 제출하면 인정 그렇다면 단순히 기업들의 의심 사례를 신고만 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기업의 위법행위가 의심된다는 수준만으론 포상금을 받기 힘듭니다. 반드시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제출된 증거는 △최상 △상 △중 △하로 등급으로 나눠집니다. 이에 따라 포상금 수준이 기준 금액의 30~100%로 달라집니다. 공정위의 추가 조사가 거의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자료라면 최상 등급입니다. 그러나 2005년 포상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최상 등급을 받은 증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4. 식당 영수증, 휴대전화 메시지도 증거 증거로 인정받는 게 너무 어려운 거 아닌가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증거만 있으면 하 수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담합을 예로 들면 가담자들이 만났던 식당의 영수증이나 연락을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 내역을 제출하면 됩니다. 다만 속도는 중요합니다. 공정위는 선착순으로 최초 제보자에게만 포상금을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위법행위를 인지했다면 최대한 빠르게 신고를 하는 게 좋겠죠. 좋은 제보를 갖고 있어도 다른 제보자가 선수를 치면 포상금을 놓치게 됩니다.5. 위법행위 신고 위해 법 어긴 증거는 인정 안해 이것조차 너무 어렵다고요? 그렇다면 증거가 있는 장소를 공정위에 말해주기만 해도 증거 제출로 인정됩니다. 회사 어딘가에 있다 정도는 당연히 안 됩니다. 위법행위의 증거를 갖고 있는 사람을 특정하거나 장소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최소한 어느 사무실에 있다 정도는 말해야겠죠.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하나 있습니다. 위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위법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위법하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법행위 의심자의 휴대전화를 훔쳐 대화내역을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다만 본인이 참여했던 회의나 식사자리에서 위법행위 정황을 녹취한 건 증거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포상금을 받은 사람의 반응은 어떨까요.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 관계자인 경우가 많은 신고자의 특성상 신분 노출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신분이 드러나면 업계나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무원은 신고자의 신원에 대해 비밀을 유지해야하는 의무가 있으며,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2021-06-10
    2회 : 담합 제안을 받으면 '물컵'을 쓰러뜨려야 하는 이유
    라면담합 사건을 아시나요.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농심, 삼양,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라면값 공동 인상을 담합했다며 과징금 1354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기업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격 정보를 교환한 건 맞지만, 언제, 얼마로 인상하자고 담합을 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2015년 대법원은 정보를 교환했다는 사실만으로 담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공정위로서는 뼈아픈 기억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가격이나 생산량 등을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담합의 유형 중 하나로 포함됐습니다. 이 정보교환 담합이 업계에선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헷갈려합니다. 경쟁사와 어디까지 얘기하면 괜찮은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런 기업들에 공정위가 추천하는 담합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경쟁사 직원은 되도록 만나지 말라는 겁니다.●가격, 물량, 거래조건은 함구해야 공정위가 아무리 경쟁사 직원을 피하라고 강조해도 기업들로선 사업을 하다 보면 동종업계 사람들을 피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죠. 같은 업종에서 일하니 마음도 잘 맞고 대화도 잘 통해 얘기할 기회들이 생기죠. 기업 직원들이 경쟁사 직원을 만날 때 피해야 할 주제는 무엇일까요. 우선 세 가지만 기억해봅시다. 바로 가격, 물량, 조건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상품용역 원가 △출고량재고량판매량 △상품용역 거래조건 △대금대가 지급조건이 교환이 금지되는 정보입니다. 생각보다 쉽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런 정보들은 어찌 보면 당연히 경쟁사에 알려선 안 되는 정보들이죠. 하지만 사람은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친한 경쟁사 직원과 만나 일 얘기를 하던 도중에 이번 신제품 원가가 1만 원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환이 금지되는 정보를 단순히 교환한 것만으로 문제가 되진 않아요. 경쟁사와 앞으로 이런 정보를 교환하자고 합의를 해야 정보교환 담합이 성립됩니다. 실수로 금지 정보를 한두 번 언급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죠. 하지만 실수인 척 계속 정보를 교환하게 되면 엄연한 묵시적 담합입니다. 경영 방침, 마케팅 전략, 채용 인원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건 어떨까요. 이런 정보는 교환이 금지되는 정보가 아니니 괜찮습니다. 다만 이런 정보를 교환하면서 함께 신규 경쟁자의 출현을 방해하면 담합이 될 수 있습니다.●담합의 세계에 완전범죄는 없다공정위는 영원한 담합은 없다고 말합니다. 담합이 걸리지 않고 계속될 순 없단 거지요. 우선 담합하는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경쟁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이익을 얻으려 손을 잡지만 우리 회사에 이익이 될 어떤 변수가 터지면 또 어찌 돌변할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리니언시 제도가 있으니 담합은 영원하기 힘듭니다.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을 자진신고한 기업에 처벌을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어떤 기업이든 경쟁 기업과 담합하다가 자기 회사의 처벌을 줄이려 담합의 과거를 폭로해볼 버릴 수 있는 거지요. 누군가로부터 담합을 제안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담합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으려면 방법이 있습니다. 공정위가 자주 권하는 행동 원칙이 있습니다. 만약 식당이라면 물컵을 쓰러뜨리며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한 뒤 자리를 뜨고 회사에 보고하라는 겁니다. 공정위가 왜 굳이 물컵을 쓰러뜨리라고 했을까요. 나중에 담합 누명을 쓸 때 식당에 함께 있던 경쟁사 직원이 내가 담합을 권했을 때 말로만 반대했지 사실상 찬성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말로도, 행동으로도 정확하게 반대했음을 표출해야 하는 것이죠. 공정위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한국 기업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담합으로 부과 받은 벌금과 과징금 규모는 모두 3조6000억 원입니다. 동업자들끼리 협력하는 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의 문화적 특성 탓에 국제사회에선 담합 처벌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하네요. 한국 기업이 담합 리스크에 더 신경을 쓰고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2021-05-27
    1회 : 기업들 공정거래 반성문, 합격점 받으려면 
    축구경기에서 한 선수가 다른 선수에게 심한 태클을 합니다. 곧장 심판이 휘슬을 불고 달려갑니다. 심판은 주머니 속 옐로카드를 만지작거립니다. 심판이 옐로카드를 꺼내들기 전에 선수가 재빨리 내가 잘못했으니 축구산업 발전을 위해 소정의 금액을 내겠다는 반성문을 적어 냅니다. 선수가 잘못을 인정하자, 심판은 옐로카드를 주머니 속으로 쑥 짚어 넣고 반성문을 받아줍니다. 공정거래 제도 중 동의의결안(자진시정방안)이 이런 개념입니다. 시장의 심판격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2월 글로벌 기업인 애플이 내놓은 동의의결안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였죠. 이 동의의결안은 애플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어찌 바로잡을지를 밝힌 반성문인 셈입니다. ● 애플은 왜 1000억 원 내고 동의의결을 신청했나 당시 애플은 국내 이동통신 3사에 광고비와 수리비를 떠넘긴 혐의를 반성하며 국내 고객의 수리비 할인과 중소기업 지원 등에 1000억 원을 지원 하겠다는 동의의결안을 제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계열사를 통해 그룹 내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를 부당하게 지원한 건에 대해 동의의결안을 내 눈길을 끌었죠. 동의의결제도는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을 방안을 제출해 승인되면 기업의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로 2011년 도입됐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정위의 제재 절차는 불공정 행위 신고 또는 직권 인지조사기업에 심사보고서 발송기업 측 의견서 제출전원회의의 심의제재 결정(1심 성격)기업 항소할 경우 고등법원의 2심 등으로 진행됩니다. 기업들은 보통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뒤 동의의결안을 내곤 합니다. 공정위가 무조건 동의의결안을 다 받아들이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까지 기업이 신청한 동의의결안은 모두 18건이었지만 승인된 건 10건입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동의의결을 신청할까요. 우선 제재 받은 기업이란 딱지를 떼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일수록 동의의결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한국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고 하면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도 비슷한 행위로 인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으면 기업 이미지에 손상을 입고 주가도 영향을 받는다며 한국 공정위의 판단은 해외 경쟁당국에 참고사례가 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일수록 동의의결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 공정위 동의의결안 심의 통과하는 꿀팁은? 공정위는 어떨 때 동의의결을 받아주는 걸까요. 반성문 낸다고 다 용서해준다면 어느 기업도 룰을 어기는 걸 무서워하지 않겠죠. 담합이나 검찰 고발이 필요한 정도의 중대한 사건은 동의의결제도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자진시정방안의 수준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동의의결을 승인해주지 않습니다. 2018년 현대모비스는 대리점에 정비용 자동차부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한 혐의에 대해 중립적 피해구제 기구를 설치하겠다며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구입강제 근절을 위한 근본적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습니다. 기업들이 동의의결안 심의를 통과하는 꿀팁은 무엇일까요. 공정위 사람들은 판례를 참고하라고 조언합니다. 기업이 현재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사안과 비슷한 사건의 제재 수준으로 스스로 시정하겠다고 동의의결안을 써내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비슷한 사건에서 어떤 기업이 과징금 100억 원을 부과 받았다면 100억 원 규모의 기부금을 내겠다는 식의 동의의결안을 제출해야 한단 겁니다. 또 다른 팁은 피해자와의 소통입니다. 사건의 피해자가 있다면 피해자의 의견을 경청해 피해자가 만족할만한 구제방안을 동의의결안에 포함하는 게 중요합니다. 동의의결안에 대한 피해자 의견을 공정위가 심사할 때 참고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공정위는 동의의결 신청 시점도 적지 않게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의의결제도의 본래 취지인 신속 구제에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심사보고서를 받은 후에야 동의의결을 신청했습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조사를 받은 지 한참 지나고 심사보고서를 받은 뒤 동의의결을 신청하면 너무 늦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이 심사보고서를 받은 뒤 동의의결을 신청하면 심의를 지연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공정위가 동의의결안을 승인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동의의결안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하는 단계가 남아있습니다. 원래 공정위가 이행 여부를 점검했으나 조사 업무만으로도 바쁜 공정위가 하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나왔죠. 올해 5월부터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한국소비자원이 이행 여부를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조정원 관계자는 이행 점검의 전문성을 위해 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 채용도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된 것이죠. 공정위 내부에서 이행 점검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이야기도 솔솔 나오고 있으니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행관리과를 만들어서 동의의결사건 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도 기업이 시정하기로 한 약속을 지켰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공정위 내부에 공식 조직이 생기면 이행 점검을 더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신호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2021-05-24
    ‘경제심판‘ 공정위 이야기
    유능한 스포츠 심판은 유명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오심 논란에 휘말리지 않아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제심판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출범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시장이란 운동장에서 개인과 기업이 경쟁하며 규칙을 잘 지키는지 지켜보는 공정위의 뒷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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