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8
8회 : '넷제로'의 꿈, '어떻게'에 집중하라
2021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 날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앞으로 나아갈 다른 시대에 대한 강력한 신호들을 전 세계에 보냈다. 그 이후 쏟아진 지속가능성 관련 뉴스의 중심엔 '넷제로 배출(Net Zero Emissions)'이 있다. 기업이 넷제로 배출을 약속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1. 나무심기로 환경오염 기업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세계 기업들이 2050년까지 넷제로 배출목표 도달하겠다고 주장하며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서약을 늘리고 있는 것은 이제 더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도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노력을 하면 총(gross) 배출량에서 감소된 배출량만큼을 빼 순(net) 배출량을 낮출 수 있다. 이를 '이산화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 CDR)라고 부른다. CDR 방법에는 나무심기(조림/재조림)뿐 아니라,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ioenergy Carbon Capture Storage, BECCS)이나 직접 공기 탄소포집 저장(Direct Air Carbon Capture and Storage, DACCS)과 같은 기술적 접근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린피스(Greenpeace)는 2021년 1월 내놓은 순 배출량에 대한 기대(Net Expectations) 보고서에서 이런 접근 방식으로 제거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양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오염자들이 빠져나갈 탈출카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산림 조성을 위한 토지는 많이 필요하고, 대부분의 다른 방법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렵기 때문이다.2. 이산화탄소가 제거되면 식량이 부족해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대부분의 CDR 기술 [..]은 환경 및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초래할 부정적 부작용에 대한 상당한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라고 지적한다. 조림/재조림 및 BECCS를 통해 상당한 제거 목표를 충족하려면 넓은 토지 면적이 필요하다. 만약 농지에 배치하면 식량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야생에 배치해도, 생물다양성이 감소될 수 있다. BECCS를 사용해 연간 1만2000 메가톤(IPCC 지구 평균 온도 상승 1.5도 경로에서 2100년 중앙값)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경우, 인도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바이오에너지 전용 땅이나 전 세계 작물 재배 면적의 25~46%에 해당하는 토지가 필요하다. 이런 방식이 지속가능하거나 실행 가능하다고 할 수 있나. 분명히 아니다. DACCS는 토지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에너지 집약적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 4분의 3을 포집하려면 현재 전 세계 발전량의 절반과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열이 필요하다.3. 우리가 기대하는 순 배출량은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가? 예방은 치료보다 낫다. 기업은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줄일 수 없는 배출량만 상쇄해야 한다. 그린피스 보고서는 만약 이탈리아 에너지 회사 Eni, 영국항공과 Iberia항공 합병회사인 International Consolidated Airlines(IAG)가 산림을 조성해 배출량을 상쇄한다면 최대 12%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두 회사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높은 비율을 제거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rabesque S-Ray 데이터를 통해 각 회사의 지속가능성 성과에 대해 알아보면 좋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탈리아 에너지 회사는 전체 ESG 점수가 100점 만점에 55.40점으로 에너지 광물 부문 기업 가운데 51번째이다. 영국항공은 44.07점으로 운송 부문 기업 가운데 하위 22%에 속한다. 경쟁기업들에 비해서 저조한 ESG 성과는 CDR 기술을 활용하기 전에 ESG 펀더멘털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 상쇄까지 포함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 배출 총계에 대한 각 회사 기여도를 살펴보는 온도 점수(Temperature Score)도 비슷하다. 두 회사 모두 장기(2050년) 온도 점수가 2.7도 이상이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내용)에 부합하지 않으며 실제로 상당히 거리가 먼 상태이다.4. 넷제로 기후변화 목표 달성은어떻게가 중요하다. IPCC가 강조한 것처럼 CDR에 대한 의존은 파리협약 목표를 달성하는 인류의 능력에 대한 주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사실, 불확실성은 이산화탄소 제거 메커니즘 작동 여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실험실에서는 모두 작동하니까 말이다. 오히려 문제는 대규모로 실행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즉 사회적 및 환경적 영향 없이 장기간에 걸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데 충분한 자금이 제공될 수 있는지, 해당 환경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규제가 제공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CDR은 배출감소 대안이 될 수 없고 문제를 조금 완화하는 역할만 할 수 있다. 산업 및 부문에 따라 다르겠지만 CDR은 가장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배출 상쇄에만 사용해야 한다. 넷제로 기후변화 목표 달성은 어떻게 총(gross) 배출량에서 순(net) 배출량을 만드는 지가 중요한 문제이며, 규제기관 투자자 소비자 언론들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정리: 강주현 (안젤라), 아라베스크 S-Ray 선임자문위원, angela.kang@arabesque.com출처: 아라베스크 S-Ray 2021년 1월 21일 데이터 및 1월 22일자 뉴스레터 www.arabesque.com